NEWS/독일의 숲유치원

자연이 자연히 가르치는 ‘숲속 유치원’

forever♧♧ 2013. 9. 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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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도 천장도 없는 아이세상…

독일 젊은부모층 많은 관심
동물죽음·비바람 등 겪으며…

안정규칙·협동심 등도 배워

 

“자연으로 돌아가자.” 숲속 유치원이

독일에서 젊은 부모층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8시30분께, 남부독일 슈투트가르트 로허 숲 입구.

부모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든 어린이들과 교사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아침마다 어린이들은 도시락과 상비 옷이 든 등산가방을 메고 이 입구에서 만난다.

 

어린이들은 부모들과 헤어져 유치원 교사와 함께 작은 수레를 끌고 숲으로 들어가

하루 4~7시간 신나게 논다.

수레에는 그림도구, 연장, 삽, 비상약 그리고 부모들이 돌아가며 떠다주는 손 씻을 물이 실려있다.

로허 숲속 유치원은 1995년 4명의 부모들이 중심이 돼 시작됐다.

처음에는 어린이 8명, 교사 2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만 3살에서 6살까지 어린이 15명,

교사 2명씩의 두 그룹이다. 사면의 벽도 경계를 나누는 문도 없는, 나무와 시냇물이 흐르는

숲이 아이들의 유치원이다. 예쁜 장난감도, 훌륭한 교육이론과 유명한 창시자도 없다.

 

날씨와 숲속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수 옷과 방수 신발,

등산가방이 어린이들의 필수 지참물이다.

추운 겨울이나 비오는 날에도 아이들은 숲으로 간다. 마뉴엘라 콥스-리징거(40)

교사는 “숲속 아이들에게 나쁜 날씨는 없다”며 “영하의 날씨라도 집에 돌아갈 때가 되면

아이들의 뺨은 붉게 물든다”고 웃는다.

 

숲속 놀이에 열중하던 토벤 쉬즈(6)도 ‘어떤 계절이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제일 좋아요.

눈썰매를 탈 수도 있고, 에스키모 이글루도 만들 수 있어요.

정말 추울 때는 움직이면 안 추워요.”라고 말한다.

 

숲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을 지켰을 때에만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은

△시야를 벗어나는 곳으로 가선 안된다는 것

△나무 깎는 칼을 들었을 때는 앉아야 하고 사방 1m 이내에 사람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

△칼은 항상 배 쪽에서 바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

△도시락을 먹기 전에는 항상 깨끗이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

△모르는 풀이나 곤충을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된다는 것 등 이른바 ‘안전 규칙’이다.

 

4년간 일반유치원에서 일하다 숲속 유치원 교사경력 2년째인 아네 프롭스트(31)는

“규칙을 안 지켰을 때는 당장 스스로 위험에 빠지거나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주입하거나 강제할 필요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숲은 아이들에게 항상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오늘도 머리만 남은 다람쥐를 발견한 아이들은 삽을 들고 다람쥐 머리를 파묻어 주었다.

이렇게 숲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고 죽어가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때때로 아이들은 예상할 수 없었던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갑자기 부는 폭풍 바람에 서로 도와가며 피해야 했다.

 

쓰러진 나무를 모두 힘을 합쳐 치워야 했던 적도 있다.

협동심이나 공동체 정신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숲이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께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다.

모두 한 줄로 물통 앞에 줄을 서서 손을 닦는다.

독일 숲에는 ‘푹스반드웜’이라는 치명적인 기생충 알이 있다.

그래서 도시락을 먹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도시락을 먹고 있던 아론루카 빅(6)은 흘린 빵조각을 소파(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것)

아래 사는 쥐들이 깨끗이 먹어치운다고 자랑한다.

 

도시락을 다 먹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시 놀기 시작한다.

쓰러진 나무 위에 올라 탄 아이들은 시소놀이를 한다.

리차드(3)와 야콥(5)은 나무 가지에 푸른색 물감을 열심히 칠한다.

오스카 후버(3)와 핀(3)은 나무 위를 쳐다보고 열심히 소리 지른다.

“까마귀야 이리 내려와, 우리랑 놀자.” 레아는 나무를 열심히 깎는다. 숲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

아이들은 숲에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의 상상과 창의력대로 만들 수 있다.

 

프롭스트 교사는 숲속 유치원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숲속 아이들은 이런 면에서 거의 완벽한 환경을 가졌다.

닫힌 공간이라면 뛰거나 소리 지르는 것이 주의 대상이다.

그러나 숲속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이런 자유를 통해 어린이들은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균형 잡힌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얻는다.

 

실제로 숲속 어린이들이 덜 공격적이고, 싸울 때는 폭력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

12시께 교사 한명이 “하나, 둘, 셋 놀이가 끝났다”며 노래를 부르자,

아이들은 놀던 망치나 그림도구, 칼 등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유치원이 시작할 때처럼 모두 함께 끝내는 노래를 부른다.

 

하루 숲 생활을 마친 어린이들은 각자 배낭을 메고 부모들이 기다리는

숲 입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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